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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한글 영문표기법(로마자 표기법)는 바뀌어서는 안된다!

작년, 모두가 힘든 경제 상황 속에서 공적자금을 뿌리고
돈을 원없이 써봤다며 실언을 했던 강만수씨가 이번엔 한글의 영문표기법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기사: 한글 영문표기 또 바뀐다. (이데일리 보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8&aid=0002122730


기사에 따르면 2000년 7월에 개정되어 현재 적용되고 있는
'국어 로마자 표기법(Revised Romanization of Korean)'을 버리고
그 전까지 써오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MR: McCune-Reischauer Romanization)'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뜻이다
.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쉽게 말씀 드리겠다.
2000년 이전부터 영어를 썼던 사람들은 우리가 "부산"이란 말을 영어로 쓸 때,
예전에는 Pusan이라고 썼다가 2000년에 개정되어 지금은 Busan으로 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다시 Busan에서 Pusan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 많은 예를 들어보겠다.

한글표기

84~2000년 사용,

다시 추진 중인
매큔-라이샤워법(MR)

현재 활용중인

국어 로마자표기법

부산

Pusan

Busan

청주

Ch’ŏngju

Cheongju

인천

Inch’ŏn

Incheon

제주

Cheju

Jeju

잠실

Chamshil

Jamsil

영등포

Yŏngdŭngpo

Yeongdeungpo

이렇게 보면 어떤 차이인지를 잘 알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변화 내용이 내포된 것은 아님)


그러면 왜 지금 이걸 다시 바꾸겠다고 하는가?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위원장이 워낙 대단하신 분이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이하 국경위)"에서는
'한글 보편성 확립 및 경쟁력 제고방안'
이라는 일명 '세종사업'
추진하면서 내외국인 모드가 읽고 쓰기 쉽도록 정립한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표기법에 대한 혼란이 많아서 바꾸겠다는 게 국경위측의 설명이다.
그 예를 기사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두 가지가 있는데 한번 살펴보자.


1.
국경위는 "2000년 개정된 로마자표기법이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기법인 MR방식과 달라 혼선을 유발하고 있다"며 "일례로 해외의 한 포털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국의 10대 도시를 보면 같은 `부산`인데도 `Busan`은 2대 도시에, `Pusan`은 5대 도시에 올라 있다"고 지적했다.

2.
작가 이문열씨의 영문 이름 표기에도 `Yi munyol`, `Lee mun-yeol`, `Lee moon-yeol` 등 무려 10개 이상이 혼용되고 있어 이 `Yi munyol`이 그 `Lee mun-yeol`이 맞냐는 문의가 올 정도라는 것.

강만수 국경위장은 "논문 쓰다가 표기법 때문에 중지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할 정도로 로마자 표기법이 엉망"이라며 "지명, 인명, 고유명사 등에 대한 통일된 표기법도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강만수의 이 지적은 틀렸다. "국어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통일된 표기법이 현재 있다.)

첫 번째로 해외에서 잘 쓰여지는 MR방식과 달라 Busan과 Pusan을 예로 들며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잘 쓰이는 MR방식을 따라지 않아서가 아니라 Pusan을 Busan으로 바꾼지
9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실제로 해외 사이트에서는 이 둘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2000년부터 바뀐 현재의 표기 방법이
인터넷 문서 수 기준(구글 검색결과)으로 보았을 때 이미 더 많이 쓰여지고 있다.

Busan 검색 수: 약 568만 개
Pusan 검색 수: 약 337만 개


다른 예로 "제주"(현재표기는 Jeju, 과거 MR표기는 Cheju)에서는 더욱 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Jeju 검색 수: 약 792만 개
Cheju 검색 수: 약 120만 개


즉,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영문 표기법의 지명 등은 해외에 얼마나 빨리 알리느냐는 시간의 문제이고
이미 현재의 방식이 더 많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치루면서 전 세계에 한국의 지방도시를 알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의 도시명은 모두 현재의 표기법에 따랐다. 이미 그렇게 전 세계에 알려 왔기에
이제와서 표기법을 바꾼다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일으키며, 국가적 비용을 초례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월드컵때 사용한 개최도시의 지명을 다시 과거의 MR표기법으로 변경할 경우
세계에 알려졌던 우리의 도시명은 다음과 같이 또 바뀌어여 한다.

2002월드컵 중 한 장면. Jeonju(전주)라고 쓰인 간판이 보인다. 영어표기법이 MR로 바뀌게 된다면 Chŏnju가 된다.


l  부산: Busan à Pusan
l  대구: Daegu à Taegu
l  인천: Incheon à Inch’ŏn
l  대전: Daejeon à Taejŏn
l  광주: Gwangju à Kwangju
l  수원: Suwon à Suwŏn
l  전주: Jeonju à Chŏnju
l  서귀포: Seogwipo à Sŏgwip’ŏ
(참고로 서울(Seoul), 울산(Ulsan)은 변하지 않는다.)




즉 결론은, Busan을 Pusan으로 쓰는 혼란은 곧 사라지게 될 시간 문제란 이야기다.
따라서 현재의 표기법을 MR법으로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어서 두 번째
,  이문열 작가의 이름을  `Yi munyol`, `Lee mun-yeol`, `Lee moon-yeol` 등
10가지가 넘는 방식으로 혼용하여 햇깔린다라는 지적.

즉, 개인의 이름을 영어로 어떻게 표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인데..
이 문제는 한글 영문 표기법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확립시키지 않는 이상 해결책이 없다!

즉, 현재의 표기법을 사람들이 널리 쓰도록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
결코 표기법을 바꾸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란 것이다.

사실, 자신의 이름은 고유 명사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개개인의 이름을 어떻게 쓰라고 할 수는 없다.
개개인마다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 지를 자기 마음데로 쓰기 때문에(이는 기업명 등도 포함)
영문 표기법을 "권장할 수는 있어도 강제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만약 정부의 정책대로 강제로 바꿔야 할 시에 모두 해결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렇게 될 것이다.
l이명박: Lee, Myung-bak à I, Myŏng-bak
l김연아: Kim, Yu-na à Gim, Yŏn-A
l추신수: Choo, Shin-Soo à Chu, Shin-su
l박지성: Park, Ji-Sung à Pak, Ji-Sŏng 

l청와대: Cheongwadae à Ch'ŏngwadae
l경북대: Kyungpook National Univ. à Kyŏngbuk National Univ.
l연세대: Yonsei University à Yŏnse University
l삼성: Samsung à Samsŏng
l현대: Hyundai à Hyŏndae

우와! 그럼 좋겠다. 안그래도 현대(Hyundai)를 '휸다이'로 읽어서 난리였는데
정부에서 바꾸라면 이제 '횬대'라고 제대로 읽게 되겠구나!
브랜드 이름이 바뀌면 바뀐거 홍보할 비용도 많이 들고
특히 ŏ 따위는 자판에도 없고 글자 폰트에도 없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지만 뭐 어때!!
제대로 발음하게 만들어 줬는데 감사히 써야지!!
... 라고 우리는 생각해야 하는 걸까?

개인의 이름과 같은 고유명사므로 그것은 자유의지로 결정된다.
즉, 자신 마음데로 정할 수 있고,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법칙이 있는 것을 권장할 수 있을 뿐,
현재의 표기법을 MR로 바꾸는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MR법으로 바뀐다고 사람들이 영문 표기법을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본인이 마음대로 정한 이문열의 영문 이름은 어떠한 표기법을 규칙으로 정하더라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햇깔려 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는 말도 안된다.


가까운 예로..
내 친구 중, '구O걸' 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는
자신의 이름 중 '걸'을 영어로 쓸때 "Girl"로 쓰고 있으며,
또 다른 친구 '이O일'은 '일'을 "Ill",
'정O규'는 '규'를 "Kyoo",
'안O식'은 '식'을 "Sick",
'임O윤'은 '윤'을 "Yoon"으로 쓰고 있다.

위의 이름에서 언급된 내 친구들의 영문표기는 현재의 로마자 표기법, 현재 바꾸려는 MR표기법
그 어느 규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개인의 이름은 자신이 정한 영문 이름을
자신이 스스로 알릴 방법 외에는 밖에 없다.



 
자!!! 그럼 왜 현재의 표기법이 지켜져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쓰고 있는 표기법을 다시 바꾼다면, 그 혼란은 말도 못하게 심화될 것이다.
차라리 현재의 표기법을 계속 활용하는게 혼란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란 것이다.


그리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MR 표기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표기법이 외국인에게 너무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와 같은 주장은 사실이다.
특히 모음 "ㅡ"을 "eu"로 쓰거나, "ㅓ"를 "eo"로 표기하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어렵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표기법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외국인들도 결국 쉽게 읽게 된다.
(카투사 복무할 때,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은 미군들도 한국에 지내는 동안 거의 다 읽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가 만든 국어 로마자 표기법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차라리 외국인들에게 더 쉽게 읽히게 될 것이다.
(중국의 예로 칭다오(Qingdao)의 영문 표기를 보고 본인은 처음에는 "킹다오"라고 읽었다.
 하지만  "Ch"발음을 "Q"로 표기하는 중국의 표기법을 알고 나서는 Q를 Ch로 기억하고 발음하는데 문제가 없다.)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면 댓글로 수정바람]

 
마지막으로 컴퓨터 활용문제다.
현재 방식에서 다시 MR표기법으로 바뀐다면 자판에는 없는 문자 "ŏ, ŭ"(반달점 문자)를 쓰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는 것이다. 반달점 문자는 자판으로는 쓰기도 힘들며, 전 세계적으로 영어를 표기할때는
거의 쓰지 않는다. (난 과거의 한국 빼고 저런 글자를 쓰는 영문 표기를 본 적이 없다.)
또한 영어 자체가 굉장히 이상한 문자로 보이는 문제가 있으며, 거기에 어퍼스트로피(')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이미 영어 같지도 않은 영어로 보일 뿐이다.

예) 추풍령: Ch'up'ungnyŏng -> 이게 그들이 원하는 읽기 쉬운 영어로 보이는가?

컴퓨터로 표현할 때에는 어퍼스트로피와 반달점 문자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할 경우에도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MR표기법에 어퍼스트로피와 반달점문자를 쓰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한 예로, 서울 지하철 2호선에는 같은 영어 이름의 전혀 다른 역 두 개가 생겨버린다.
'신촌'(홍대입구 다음 역)과 '신천'(잠실 다음 역)이 그 경우인데,
전혀 반대편에 있는 두 역을 "Shinchon"으로 밖에 쓸 수 없다!!!
(원래의 MR 표기법은 신촌: Shinch'on / 신천: Shinch'ŏn,
현재의 영문 표기법은 Sinchon과 Sincheon으로 쓰여 구별이 됨.)

보다시피, 이는 더 큰 혼란만 초래하므로 대안이 될 수 없다.



결론.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한국어는 
표현력이 부족한 영어로 표현하려고 하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떠한 영문자 표기법을 활용해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영문표기법을 전 세계에 인식시키고,
우리가 원래의 법칙을 제대로 적용하여 사용한다면
지금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법칙을 바꾸게 되어 모든 표지판과 도시이름, 지명, 역사에서의
영어표기를 모조리 바꾸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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