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경기도 안성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인터넷과 휴대폰을 2일간 사용할 수 없었는데..
그 이틀 사이에 대한민국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4대강 사업이 시작되었고..
서해에서는 교전이 있었으며..
"키 180이 되지 않는 남자 = Loser"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이었다.
뭐.. 많은 논란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그 Loser가 대본에 있었든 없었든 (미수다는 원래 대본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는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보고 드는 생각은 딱 세가지였다.
1. 이모씨와 홍익대는 이제 망했구나.
2. 과연 저것이 저 여자만의 생각일까?
3. 그래도.. 난 Loser를 겨우 면했구나.(응?)
사실 난 키 작은 남자에 대한 여자들의 조롱과 비아냥을 심심치 않게 봐 왔기에..
꽤 많은 여성들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문제는 이모씨와 함께 출연한 일부 여성들은
남성 컴플렉스, 작은 키에 대한 타부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영어에서 'FXXK' 과 같은 수준의 모욕적 단어인 "Loser"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여성이 키 작은 남자를 저런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는 것 처럼
남성들도 여성의 얼굴이나 눈, 몸매, 가슴, 다리(소위 꿀벅지로 대변되는 신조어들) 등
신체적 기준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저렇게 대중에 공개된 방송에서
이성의 타부를 건드리며 모욕적으로 발언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비난을 받는 것이다.
방송이 나간 이후에도 이모씨는 당당히 학교에 수업을 갔고,
선후배들은 그녀를 인간취급도 안하고 있으며,
담당 교수님은 그녀를 호출해 수업에 들어오지 말고
집에서 레포트나 이메일로 제출하라 했다 카더라.
홍익대 게시판은 이미 초토화가 되었으며,
교수, 학장, 심지어 대학 총장에게까지 악성메일이 쇄도한다고 한다.
일부는 마녀사냥이 심하다고 우려는데...
난 이게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녀사냥이란.. 죄가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 희생냥을 만드는 것이지,
잘못된 발언을 한 이모씨가 당하는 전국민적인 비난은
정도가 심할지 모르나 마녀사냥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이씨의 처신이다.
그런일은 없어야 겠지만, 만약 이러한 전국민적인 비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피하고자 한다면...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집단지성은 다시 한번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고
인터넷의 자유가 침해되는 국가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것이다.
(최진실씨의 자살이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시킨 빌미가 되었듯이...)
이 사건으로 함께 출연했던 서울대생은..
반대급부인지 명품백 보다는 백팩을 선호하는 소위 개념녀가 되어있었다.
그녀가 선량하고, 사회에서 원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줬다는 것은 일말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이번일로 홍익대와 비슷한 수준인 대학들은 무개념으로 매도되고..
명문대로 칭송받는 서울대는 개념학교로 굳혀지는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솔직히 나 개인적으로도 이모씨로 인해 홍익대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나빠졌다.
내 주변엔 홍대 나온 좋은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가장 큰 교훈은... 공개적인 방송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한다는 것 자체가..
그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네티즌이 홍익대학교 게시판에 쓴 글은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결론,
이모씨는 확실히 처신을 잘못했고..
향후 흐름에 따라.. 인터넷과 집단지성은 이로 인해 다시 시험받게 될 지 모른다.
건전한 사고와 언행을 가진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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